국내 최초의 영화상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2020 부일영화상’ 시상식이 22일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맞아 ‘무관중’으로 치러진 시상식이었지만, 한 해 영화계를 가장 빛낸 별 중의 별들이 모인 자리였던 만큼 한국영화의 성취를 축하하는 열기는 여느 해 못지않았다. 더욱이 올해로 사반세기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BIFF)마저 코로나19 여파로 개·페막식 레드카펫은 물론 대부분의 부대 행사를 취소한 터라 무관중이라고는 해도 오프라인 시상식을 연 것 자체가 영화인들에겐 뜻깊은 시간이었다.
‘공정 영화상 품격’ 변함없이 유지
BIFF와 함께 한국영화 버팀목 되길
‘가장 공정한 영화상’이라는 평가는 올해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2020 부일영화상 최고상인 최우수작품상에 영화 ‘벌새’를 낙점한 것이 단적인 예다. 주지하다시피 ‘벌새’는 지지난해 제23회 BIFF 넷팩상(NETPEC·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KNN 관객상 수상을 시작으로 전 세계 영화제에서 이미 60관왕 이상을 차지한 화제의 영화다. 영화상 시상식의 흥행만을 고려했다면, 새로운 작품으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 심사 과정에서 “많은 성취를 이룬 작품이어서 한 해 결산의 포문을 여는 부일영화상이 다시 이 영화를 부각해야 할지 깊은 토론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런데도 2019년에서 2020년으로 이어지는 한국 영화계의 변화와 성취를 보여 준 역작이기 때문에 ‘벌새’를 다시 한번 조명하기로 했다.
비단 ‘벌새’ 작품만이 아니라, 이번엔 그 어느 때보다 중소영화, 독립예술영화들이 선전한 해였다는 사실이 부일영화상 수상작 목록에서 가감없이 드러났다. 부일영화상 본심 심사 당시 심사위원단이 “한국영화의 빛나는 성취”라고 지지를 보냈던 독립영화 ‘작은 빛’의 조민재 감독은 신인감독상을 수상했고, 독립영화 ‘호흡’의 김대건과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강말금에겐 각각 신인연기상이 돌아갔다. 부일영화상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유현목 영화예술상’은 한국 독립영화 전문 제작·배급사 시네마달의 김일권 대표가 수상했다. 어려운 여건에도 굳건히 영화 작업을 이어 가는 독립영화인들에게도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
코로나19 비대면 시대다 보니 행사 규모는 다소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핸드 프린팅과 레드 카펫 행사, 시상식 등 예년의 행사는 그대로 진행하면서 부산MBC, 네이버 V live 같은 랜선으로 접속하는 관객들에게 현장 분위기를 전하고자 애썼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 한국 영화계는 매우 어렵다. 이 어려운 시대를 극복하는 데는 결과적이지만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와 주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도 부일영화상이 영화도시 부산을 빛내는 BIFF와 함께 한국영화 성장에 큰 버팀목이 되길 기원한다.
[출처: 부산일보]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0102218554151025